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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엄마의 비밀 주식계좌

2019-12-13

임명규 기자 seven@taxwatch.co.kr 택스워치

고향친구 차명계좌로 투자...필적감정에 덜미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무슨 일 있었어?"
"엄마! 나 많이 아파. 우리 서울에서 함께 살자."
"우리 딸!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엄마가 당장 올라갈게."

부산에서 전당포와 횟집을 운영하던 김모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장사를 그만뒀습니다. 한동안 우울증이 밀려오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냈는데요. 동네 대형마트의 파트타임 사원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마음의 병을 조금씩 이겨내고 있었어요. 

다행히 돈 걱정은 별로 없었어요. 장사를 하면서 모아놓은 재산이 꽤 있었고, 선산이 수용되면서 보상금까지 받았어요. 통장에 있는 예금으로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했지만, 김씨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일했어요. 

김씨의 딸은 결혼해서 서울에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몸이 아파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어요. 김씨는 딸을 보살피기 위해 전재산을 현금으로 뽑아 가방에 넣고 서울로 향했는데요. 서울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 동창의 연락을 받았어요. 

#재테크의 설계자 등장
"어머! 오랜만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주식 투자해서 돈 좀 벌었어. 너도 해볼래?"
"여유자금이 있긴 한데, 정말 돈을 벌 수 있을까?"
"요즘 수익률이 아주 높거든. 나만 믿어봐."

고향친구의 투자 권유를 받은 김씨는 증권회사를 찾아가 계좌를 개설했는데요. 김씨는 주식계좌를 개설한 후, 친구가 추천해준 종목에 투자했고 펀드에도 가입했어요. 

생전 처음으로 투자에 나선 김씨는 놀라운 수익률에 감탄했어요. 투자한 지 2년 만에 서울의 빌라를 취득할 정도로 부자가 됐는데요. 김씨는 언니와 조카, 아들과 며느리의 돈까지 받아서 투자를 늘렸어요. 당시 신혼이었던 며느리는 친정부모로부터 받은 증여금과 축의금 전액을 김씨에게 투자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어요. 

그런데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주식은 곤두박질쳤고 김씨는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어요. 결국 김씨는 고향친구의 회사에서 건물 청소관리요원으로 일하면서 다시 돈을 벌어야 했어요. 무심코 일하다보니 주식시장도 점점 회복했고, 부산의 아파트까지 당첨되면서 김씨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기로 했어요. 

#강남친구 따라 세금 낸다
"명의신탁 재산 증여의제로 증여세를 과세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쉽게 설명해주세요."
"친구 주식을 대신 갖고 있었으니 세금 내시라고요."

부산에서 새 아파트에 입주한 김씨는 오랜만에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기고 있었어요. 하지만 국세청 직원이 찾아오면서 김씨는 세무조사를 받게 됐는데요. 김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던 고향친구가 서울 강남의 부동산거래 탈세 혐의자로 지목됐고, 김씨를 비롯한 39명이 자금출처조사를 받은 것이었어요. 

국세청은 김씨가 고향친구 대신 차명으로 주식을 개설해 운영한 것으로 보고, 증권계좌에 입금된 금액을 주식가액으로 계산해 증여세를 추징했어요. 김씨는 직접 모아놓은 재산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고 주장했지만, 명확한 자금출처를 입증하지 못했어요. 

재산은 모두 현금으로 갖고 있었고, 과거 전당포를 운영했다는 허가내역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지인들을 상대로 돈놀이(사채)를 하면서 재산을 불려왔다는 사실도 털어놨지만, 오히려 국세청은 김씨를 점점 더 의심했어요. 

#첨단 필적감정이라니
"증권계좌개설 신청서는 누가 썼습니까?"
"제가 증권회사에 가서 직접 썼어요. 
"필적감정을 해보니, 전혀 다른 사람인데요?"
"아 맞다. 그때 팔을 다쳐서 직원이 대신 썼어요."

김씨를 상대로 자금추적 조사를 비장의 무기를 꺼냈어요. 첨단탈세방지담당관의 필적감정을 통해 계좌개설신청서를 누가 썼는지 밝혀낸 것이죠. 김씨는 직접 신청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가, 국세청이 필적감정 결과를 내밀자 직원이 대필했다고 말을 바꿨어요. 

김씨와 고향친구의 주식거래 내역도 비교해봤는데요. 똑같은 종목을 동시에 매수하고 매도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어요. 고향친구가 김씨의 주식계좌를 차명으로 이용하면서 거래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죠. 김씨는 고향친구에게 주식투자를 위임했다고 주장했지만, 국세청의 처분을 되돌릴 수는 없었어요. 

조세심판원도 김씨가 주식에 대한 자금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며 증여세를 내는 게 맞다고 결정했어요. 다만, 김씨의 언니·조카·아들·며느리가 투자 명목으로 입금한 일부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재산에서 제외하는 '경정' 처분을 내렸어요. 결국 김씨가 고향친구에게 투자한 금액은 증여세를 내고, 가족들로부터 받은 금액은 증여세를 내지 않게 된 것입니다. 

■ 절세 Tip

주식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명의자로 등기한 날에 그 재산의 가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다만, 조세회피의 목적 없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재산을 등기한 경우에는 증여로 보지 않는다. 김씨의 고향친구는 차명계좌를 통해 탈세와 자금세탁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고스란히 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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