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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회계사 사위와 강남 전세

2018-10-23

임명규 기자 seven@taxwatch.co.kr 택스워치

아버지에게 7억 빌려 고액전세 신혼집 마련
국세청, 전세보증금 증여세 추징..심판청구 기각

세금을 둘러싼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연들을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전해드립니다. 사람 냄새 가득한 그들의 사연을 읽다보면 유용한 절세팁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4년간 숱한 화제를 일으켰던 '19금 세금'의 후속 시리즈, 재미로 읽고 세금도 배우는 '절세극장'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자네! 신혼집 장만할 돈은 있나?"-예비장모
"아직 회계사 2년차라 전셋집도 빠듯합니다."-예비사위
"전세로 하려면 강남의 30평대로 준비하시게."-예비장모
"사업하시는 아버지 도움을 좀 받아보겠습니다."-예비사위
 
서울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시험까지 딴 김모씨는 대형 회계법인에 취업했습니다. 서글서글한 성격과 우수한 성적으로 수습기간 내내 선배들의 눈도장을 받았는데요. 
 
회계법인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기업 인수합병(M&A) 부서로 배치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습니다. M&A 분야는 전문성을 키울수록 고액 연봉이 보장되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열정이 가득했죠. 
 
주말도 반납하고 업무에 몰두하던 김 회계사에게 어느 날 선배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김 회계사! 올해 나이가 몇 살이지? 여자친구는 있고?"-회계법인 선배
"내년에 서른살 됩니다. 여사친만 몇명 있습니다. ㅎㅎ"-김 회계사
"일만 하지 말고 연애도 해야지. 소개팅 한번 해볼래?"-회계법인 선배
"저야 좋죠. 소개만 시켜주신다면 한번 만나보겠습니다."-김 회계사
 
소개팅에서 만난 그녀는 단아한 외모와 차분한 말투로 김 회계사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국악을 전공했고 과외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취미생활로 요리을 배우고 있다는 그녀는 김 회계사가 평소 이상형으로 꿈꿨던 현모양처 스타일이었죠. 
 
두 사람은 소개팅 이후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즐겼는데요. 좋아하는 음식과 음악, 영화까지 취향이 비슷해서 데이트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했고 1년 만에 결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김 회계사가 결혼에 대한 계획을 밝히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오빠! 나 신혼집은 강남에 마련했으면 좋겠어. 좀 힘들면 잠실도 괜찮아."-여자친구
"그 동네는 너무 비싸잖아. 다른 지역은 안될까?"-김 회계사
 
그녀는 평생 강남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어서 신혼집도 그쪽으로 마련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물론 김 회계사가 신혼집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말이죠. 김 회계사가 설득에 나서봤지만 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신혼집 문제로 승강이를 벌이던 두 사람은 헤어질 위기를 겪고 극적으로 결혼에 골인했는데요. 김 회계사는 잠실에 신혼집을 마련하는 대신 전세로 시작하자는 최후 통첩을 보냈고 그녀도 오랜 고심 끝에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김 회계사에겐 또 하나의 큰 산이 남아있었는데요. 평생 강남 사모님으로 살아온 그녀의 어머니였습니다. 예비 장모는 전세로 시작하려면 적어도 30평대 이상의 아파트를 장만하라고 압력을 넣었습니다. 
 
결국 김 회계사는 아버지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꽤 탄탄한 중소기업을 운영했지만 꼬장꼬장한 성격 탓에 아들과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는데요. 김 회계사도 웬만하면 아버지 `찬스`를 쓰기 싫었지만 예비 장모를 설득하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 저 결혼할 여자 생겼어요. 돈이 좀 부족한데 7억원만 빌려주세요."-김 회계사
"마침 여윳돈이 있으니 빌려주마. 일단 이자만 내고 원금은 나중에 돈 벌면 갚아라."-아버지
 
아버지의 도움을 얻은 김 회계사는 잠실의 30평대 아파트를 전세로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했고 '허니문 베이비'로 아이도 낳았는데요. 아내가 산후조리원부터 유아용품까지 모두 최고급을 고집하는 바람에 양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김 회계사는 회사에서 인정 받으면서 억대 연봉을 손에 쥘 수 있었지만 아내는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키우기엔 집이 좁다며 더 넓은 아파트를 원했는데요. 
 
김 회계사는 아버지와의 2차 협상을 통해 추가 지원을 받았고 인근 40평대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었습니다.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자신의 회사에 취직시켜 아들 부부에게 추가 소득원도 제공했죠. 
 
새 아파트로 이사한 지 1년이 지날 무렵 김 회계사는 뜻밖의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바로 세무서에서 보내온 세금 통지서였는데요. 아버지가 대신 내준 전세보증금에 대해 증여세를 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김 회계사는 세무서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자신의 소득으로 아버지에게 빌린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주장했죠. 
 
"제 연봉이 얼마인 줄 아세요? 앞으로 계속 오를 예정이고요. 전세보증금은 아버지가 빌려준 돈이라니까요."-김 회계사
"이자와 원금을 한 번도 상환하지 않았네요. 빚도 많은 분이 40평대로 이사했고요. 이건 그냥 증여죠."-세무서 직원
"이자는 통장에서 인출해 현금으로 드렸어요. 계좌를 조회해 보세요."-김 회계사
 
김씨는 통장 사본과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들고 조세심판원을 찾아갔지만 심판 결정을 뒤집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와 차용증을 작성한 적도 없고 이자를 지급했다는 증거도 전혀 남아있지 않았죠. 
 
조세심판원은 "고액의 부채가 있는 상황에서 전세보증금을 증액해 이사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납득하기 어렵다"며 "전세보증금은 대여금이 아니라 증여받은 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절세Tip
가족으로부터 빌린 전세보증금은 채무계약서와 같은 증빙을 갖추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 다만 적정이자율(4.6%)에 미치지 못하는 이자를 지급한 경우에는 사실상 이익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다. 따라서 자녀가 부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빌릴 경우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고 적정 이자를 지급해야 증여세 추징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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